재단 소식
[민들레(56호)] 악기지원사업 후기 (양동초등학교 고송분교)
* 노회찬재단 2023 악기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양동초등학교 고송분교’에서 보내주신 후기를 아래와 같이 전해드립니다.
밴드로 꽃피우는 산골 학교
양평에서 하나 남은 마지막 분교, 고송분교. 모두 열한 명의 아이들이 고송분교에 즐겁게 다니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고송리 마을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학생 두 분까지 입학하여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중이다. 해마다 입학생이 줄어들면서 학교는 언제나 폐교 위기다. 점점 작아지는 시골 학교를 지키기 위해 학교 선생님들과 마을 어른들은 늘 고민이다. 어른들의 고민과 상관없이 고송분교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해맑기만 하다. 아이들 얼굴에 서린 이 웃음과 행복을 언제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다.
다른 읍내 학교에 견주어 시골 학교에서는 예술 경험이 적으니, 다양한 예술 경험들을 주려고 애를 쓴다. 체험학습도 전교생이 다 같이 나가 연극을 보고 오기도 했고, 방과후학교 수업으로 기타도 배웠다. 그동안 배운 기타 실력으로 나름 멋진 공연을 열기도 했다.
올해 5, 6학년은 모두 네 명뿐이다. 올해 새로 오신 선생님도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 오셨다. 마지막 추억이 될 5, 6학년 아이들과 밴드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마침 ‘노회찬 재단’에서 시골 학교에 드럼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바로 신청했다. 고맙게도 노회찬 재단에서 작은 전자 드럼을 하나 지원해주셨다.
먼저 5학년 한 친구는 바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6학년 친구는 유튜브를 보며 베이스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2학기 음악 시간마다 아이들은 밴드 연습을 해왔다. 처음에는 과연 밴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차차 합이 맞아가며 발표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말, 고송분교에서 열리는 뽐뽐뽐 학예회가 시작했다. 부모님들, 학교 후배들, 마을 어른들이 참석한 자리. 긴장된다며 자꾸 무대 뒤를 엿보는 아이들이었다. 큰 손뼉 소리와 함께 공연은 시작됐다. 우리가 준비한 곡은 캐롤 곡 ‘창밖을 보라’와 밴드 곡 ‘오락실’ 두 곡이었다. 짧은 무대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뜨겁게 공연을 펼쳐냈다. 다들 힘찬 손뼉으로 아이들을 응원해주셨다. 능숙한 연주실력이나 화려한 무대는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공연’이 아닌, 누군가 꿈꿔왔던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고 노회찬 의원이 함께 꾸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여기 작은 시골 학교에서 드럼 하나로 아이들 모두가 웃고, 온 마을이 행복하게 지낸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 가슴에 피어나고, 밴드에 실린 희망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런 이야기꽃들 속에서 노회찬 의원의 꿈송이도 피어났을 것이다.
- 양평 양동초등학교 고송분교 교사 이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