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재단 -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재단 소식

[민들레(58호)] 문화인 노회찬 "간결하고 다정한 당신의 말과 글이 그립습니다"

재단활동 2024. 05. 03





문화인 노회찬

간결하고 다정한 당신의 말과 글이 그립습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글이 되어 여기에 모입니다. 어떤 이는 어느 저녁 당원의 마음으로, 또 어떤 이는 밝은 밤 유권자의 마음으로, 누군가는 이른 아침에 이웃의 한 사람으로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눈물 대신 종이에 글로 흘립니다. 그 마음을 이어 저는 자영업자, 책방지기로 당신을 만나봅니다. 

저는 2017년 7월 전북 군산 시간여행마을에 작은 책방을 개업했습니다. 그 무렵 당신은 정의당 원내대표였고, 저는 군산으로 (정의)당적을 옮겼지만 활동을 하지 않는 그림자 당원이었습니다. 자영업자의 삶은 직장인의 삶보다 폭폭했습니다.* 막 문을 연 책방은 저조차 낯설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책 소개 글을 적으며 시선을 종이에 두고 위태로운 하루들을 보냈습니다.  

당시 제가 적은 글에는 당신의 글도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십시오. 2017년 5월 19일 노회찬 올림” 

위 글을 <82년생 김지영> 책 곁에 적어 두고 오래 바라봤습니다. 82년생은 아니지만 폭폭한 삶을 견디는 자영업자에게 보내준 말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안아주었습니다. 당신의 글 앞에서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82년생 김지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안정을 찾아나갔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82년생 김지영>은 밀리언셀러가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따뜻한 호소가 82년생 김지영들을 지켜내고 연결하는 큰 힘이 되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제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자영업자가 된 데에 당신의 말이 힘이 된 것처럼요.


당신의 말과 글은 언제나 간명합니다. 간명함에는 다정이 가득차 있습니다.      

“내 인생의 첫눈은 태어나서 처음 마주한  어머니 얼굴의 그 눈! 어머님, 건강하세요.”
- 2009년 11월 3일 트위터

“겨울이 군림하던 산하에 봄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동백나무 꽃망울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고 매화나무 가지에는 이슬처럼 봄이 탱글탱글 맺혔습니다.”
- 2018년 3월 3일 트위터

‘그 무엇도 하찮지 않다고 말하는 마음이 시’**라면 당신의 말과 글, 당신의 깊고 넓은 삶은 한 편의 시입니다. 그런 이유로 당신이 6411 버스 노동자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들이 당신에게 활짝 핀 꽃과 같은 미소를 보냈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에 먼저 도착한 당신, 오늘 밤 당신은 누구를 위한 시를 쓸까요? 당신이 있는 곳은 평등과 공정을 위해 별이 된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고 시를 읊을 거라 감히 상상해봅니다. 비록 지금은 멈추어 있지만 언젠가 저도 그 별에 뚜벅뚜벅 도착하겠습니다. 


- 임현주 (군산 마리서사 책방지기)


*폭폭하다 : 마음이 답답하다. 전라도의 말
**<시와 산책>(한정원 지음.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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