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6주기 추모주간을 마치며 (김형탁 사무총장)
6주기 추모주간을 마치며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7월 20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6주기 추모제가 거행되었습니다. 우중에 진행된 추모제에는 준비한 이들의 예상을 넘어 많은 분이 참석하였습니다. 비록 육신은 벗었지만, 그는 해가 지날수록 앉을 가지가 많아지고 그늘이 깊어지는 나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당에서 참석하여 추모사도 많아졌습니다. 당은 달라도 노회찬을 그리워하고, 그 정신을 잇겠다는 의지가 모든 추모사에 한마음으로 담겨있었습니다. 살아평생 그가 이루고자 했던 진보정치의 꿈은 오늘에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 길을 찾고 있습니다.
7월 17일은 제헌절이었습니다. 이날 법을 만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로 간 6411의 목소리”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에 나선 네 분은 지난 2년 동안 한겨레신문에 매주 한 차례씩 기고된 6411의 목소리(7월 29일 현재 123회)의 필자들이었습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아픔과 감동이 강연을 통해서는 몇 곱절 크게 다가왔습니다. 강연은 보이지 않은 아픔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의 현실에 터를 둔 해결책과 대안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전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하여 6411의 목소리 필자들의 편지를 전달받고, 22대 국회에서 그 목소리들을 대변하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마침 이날 75인의 목소리를 담은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단행본이 창비에서 출간되어, 조승수 이사장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그 책을 증정하였습니다.
노회찬의원은 진보의 집권을 꿈꾸었지만, 삶의 정치를 동시에 추구하였습니다. 그의 정치가 빛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빛나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곳에서 함께 비를 맞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그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를 6411 정신이라 부릅니다.
6411 정신을 담은 이들이 정치의 주류가 되고 6411 정신이 공동체가 공유하는 정신이 되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새벽 버스를 타는 이들, 일자리는커녕 일거리조차 찾지 못하는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으면 합니다. 이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비추지 못하는 정치라면 그것은 정의에 어긋나는 정치입니다. 누가 소고기를 뜯으면 그 옆에서는 삼겹살이라도, 아니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는 라면값이 아니라 소고기 가격을 내리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모양새입니다.
6주기를 지나면서 재단의 길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재단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6411의 목소리가 가지는 힘과 6411 투명 인간의 역량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계기를 만들고 서로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6411 정신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현재입니다. 미래는 이미 현재에 담아져 있습니다. 노회찬의원이 이야기 했습니다. “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국이 길을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