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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69호)] 노동절에 함께 읽는 <6411의 목소리>

재단활동 2025. 04. 29





노동절에 함께 읽는 <6411의 목소리>

- 이강준 (노회찬재단 사업기획실장)


세계노동절을 맞은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께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2022년 5월부터 <한겨레>에 매주 한 차례씩 ‘6411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 이래,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어느덧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6411의 목소리’는 노회찬이 주목했던,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노동과 삶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자신의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사회적 발언권은 주어지지 않는 투명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시대의 노동과 삶을 환기하고 조명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를 이어왔고, 김도윤 지회장(타투유니온)의 글을 시작으로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투명인간 취급받는 151명의 목소리를 한겨레를 통해 시민들과 공유했습니다(4월 28일 기준).




▲ 노회찬재단-한겨레 공동기획 <6411의 목소리> 제1호(2022년 5월 12일 / 타투가 뭔지도 모르는 이들)



투명인간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

연재가 3년을 이어오면서 필자 발굴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합니다. 먼저 주제와 형식의 제한 없이 누구나 원고지 12매 분량의 글을 보내주시면 편집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한겨레에 게재하고 있습니다(6411voice@gmail.com). 일례로 며칠 전에는 세종호텔에서 해고되어 복직 투쟁 중인 고진수 지회장께서 ‘6411의 목소리’에 투고해 주셨습니다. 현재 명동 세종호텔 앞 철제 구조물에서 고공농성 중이시라면서, 6411의 목소리를 통해 시민들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투고를 받고 편집자문위원회는 사안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고려하여 바로 필자와 소통하여 게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6411의 목소리> 투고 안내 (바로가기)


매달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14명의 편집자문원들은 함께 나누면 좋을 목소리를 가진 필자를 제안하고,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섭외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본인이 사는 빌라 건물을 청소하시는 분께 글을 한번 써보시겠냐고 묻는다거나, 20년 동안 단골로 다녔던 미용실 사장님께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동네의 폐지 줍는 어르신과 제주 해녀 할머니의 이야기를 구술로 게재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거절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필진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고 발굴은 하나의 정형화된 유형이 있는 건 아니고, 다양한 영역에서 작은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에 국한하지 않고, 성소수자, 이주민, 재외동포, 난민 등 우리 사회에 목소리를 낼 공간이 없는 다양한 분들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6411의 목소리> 연재 제목을 워드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3년 동안 ‘6411의 목소리’를 통해 151명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연재 기사의 제목을 워드클라우드로 분석해 보니, ‘나(18회)’, ‘노동(13회)’, ‘노동자(12회)’, ‘일(6회)’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나(내)’가 직접 말하는 ‘일’과 ‘노동’을 이야기하는 연재의 성격을 새삼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 ‘꿈’, ‘필요’가 각각 5회로 높은 빈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필자들이 현재의 어려움과 부당함을 호소하는데 머물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투명인간과 함께 맞는 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동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이나 기자나 전문가의 말은 지나치게 과잉 대표되어 있습니다. 노동존중 사회의 출발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절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직접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귀 담아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소외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때, 그들은 투명인간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이 되고,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함께 만드는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세계노동절을 맞아 여전히 일상이 피곤한 ‘투명인간들’이 정치의 ‘구경거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주권자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노회찬의 6411 연설은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투명인간들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그동안 미처 그 존재를 몰랐던, 어쩌면 애써 외면해왔던 이 목소리들에 우리 모두 귀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노회찬 6411 정신을 계승하여,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2024년 노회찬재단 연간보고서 <6411 프로젝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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