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71호)] 제15회 함께데이 <어른 김장하> GV 참석후기 "한 사람의 크기"
한 사람의 크기 : <어른 김장하> 상영회 및 GV 행사 후기
한병옥 (노회찬재단 전북운영위원)
정의당 전북도당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조금은 한가하고 여유롭게 지내던 어느 날, 노회찬재단으로부터 4기 운영위원 제안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여건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상을 좀 더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면서 살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떠올리며 운영위원이 되었습니다. 얼마 뒤, 재단으로부터 ‘함께데이’ 행사를 전북에서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살짝 망설였습니다. 그동안 전북에서는 재단 후원회원들의 활동이 거의 없어서 과연 ‘함께데이’ 행사를 잘 치러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사의 모든 준비나 진행은 재단에서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 말라는 박규님 실장님의 설득에 움직여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함께 볼 영화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저는 <어른 김장하>를 추천했고, 재단측에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룬 영화 <바로 지금 여기>를 추천했는데 재단 회의에서 <어른 김장하>를 함께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아시는 것처럼 2025년 5월은 여느 해 5월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계엄령이 선포되고 대통령이 또 다시 탄핵이 되고 그 결과로 조기대선이 진행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시민들의 눈과 귀가 후보들의 TV 토론회로 점차 쏠려가기 시작했습니다. 5월 23일에 ‘함께데이 in 전북’을 하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이 2차 TV 토론회 날이었습니다. 날짜가 서서히 다가오자 시민들이 얼마나 오실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함께 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박규님 실장님의 말씀처럼 행사의 준비와 진행 등 모든 것들을 재단에서 매우 잘 준비해 주셨습니다.
<어른 김장하>가 몇 년 전 TV에서 방영되었기 때문에 사실 영화라고 해서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염려와는 완전히 다르게 감동이 컸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사람의 크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한 사람의 크기를 말 할 수 있을까?” 몸무게일까? 재산일까? 사회적 지위일까? 학벌일까? 가진 권력의 크기일까? 김장하 선생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답은 ‘나눔’이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것들을 주변의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얼마나 널리 나눌 수 있느냐가 한 사람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김장하 선생님은 삶으로 말하고 계셨습니다. 조건을 달지도 않고, 사람을 구별하지도 않고, 받는 사람에게 미안함 같은 감정을 주지도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는 김장하 선생님은 분명 시대의 어른이셨습니다. 살면서 조금씩 조금씩 이런 어른들을 더 닮아가며 살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영화를 마치고 영화를 제작해 주신 김주완 기자님과 김현지 감독님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매우 뜻 깊었습니다. 자신의 선행을 알리는 인터뷰는 평생 거절해 오시던 김장하 선생님을 좋은 영화와 좋은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통해서 세상에 널리널리 알려주신 두 분께 참 고마웠습니다. 지역 일간지 기자를 해오면서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초심을 퇴직할 때까지 꿋꿋하게 지켜온 김주완 기자님을 보면서 역시 저래서 김장하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의 인간 다큐멘터리는 화려하기 마련인데, 김장하 선생님이 살아오신 삶의 결과 아주 닮은 담백한 영화를 만들어 준 김현지 감독님도 고마웠습니다.
약간의 염려와 걱정으로 시작되었던 ‘함께데이 in 전북’행사가 많은 의미와 추억을 남기고 마무리 되어서 기쁨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