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71호)] 노회찬 7주기 "만명이 아니라 만인이 평등한 나라"
만명이 아니라
만인이 평등한 나라
노회찬재단의 길동무인 후원회원 여러분과 함께 만든 이번 7주기 추모주간의 슬로건입니다. 지난 2023년 5주기 때 『노회찬평전』을 발간과 함께 우리는 “같이 삽시다. 그리고 같이 잘 삽시다”란 그의 말을 되새겼습니다. 그리고 22대 총선 직후인 작년 6주기에는 우리는 “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국이 길을 만들 것입니다.”라고 다짐했습니다.
📌 노회찬 7주기 추모행사 안내 (7.1~23)
“대한민국 법정에서 '만인'(萬人)이 평등해야 하는데, 과연 평등한가?
나는 '만명'(萬名)만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서울고법 국감에서 국회 법사위원 노회찬(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이 사자후를 터뜨렸습니다. 2002년 대선자금 재판에서 소위 ‘차떼기’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들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을 것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노회찬은 그 후에도 기득권층에겐 ‘솜방망이’, 노동자들에겐 ‘쇠방망이’인 검찰과 법원에 맞서 싸웠습니다.
“관대한 처벌의 사유가 '3선 국회의원이고 고령이며 전과가 없다'고 밝히는데, 3선이면 감형 사유입니까. 만약 6선이면 형들 더 감할 수 있습니까? 서정우 변호사 경우에는 감형사유가 '피고인이 오랫동안 법조인으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겁니다. 심이택 대한항공 부회장의 경우 '전문경영인으로서 한 직장에서 수십년간 성실하게 재직해 온 점'이 감형사유입니다.”
_ 2004년 10월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
“판결문에 보면, 양평과 관련해서 이런 것들이 나옵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한 직장에서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재직해 온 것을 감안하여’.... 대한민국 판결문 중에 ‘피고인은 지난 수십 년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면서 산업재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해 온 점을 감안하여’, 뭐 이런 구절이 들어가 있는 걸 보신 적이 있습니까”
_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최경원, 김두희, 김상희, 김진환, 안강민, 홍석조, 한부환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2005년 8월 18일 국회 법사위. 노회찬은 ‘삼성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테이프(1997년 대선 전 삼성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비밀 대화)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떡값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하며 전면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권·경·검·언 유착사건(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노회찬이 연 것입니다.
노회찬에겐 ‘고난의 행군’의 시작이었습니다. ‘나를 기소하라’며 거대권력에 맞섰던 노회찬은 대법원까지 가는 기나긴 재판 끝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하지만 뇌물을 준 사람, 뇌물을 받은 사람 그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것은 바로 그런 거대권력의 비리와 맞서 싸워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입니다. 법 앞에 만명만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_ 2013년 2월 14일 국회 기자회견(국회를 떠나며)에서
추모주간 주요행사 살펴보기
(1) 온라인 추모전시 <끝나지 않은 싸움, ‘삼성 X파일’과 노회찬>
노회찬이 ‘삼성 X파일’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한 지 20주년이 되는 이번 7주기에 두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온라인 추모전시 <끝나지 않은 싸움, ‘삼성 X파일’과 노회찬>은 ‘나를 기소하라’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나라”를 위해 앞장서 싸운 노회찬을 되돌아봅니다. 나아가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노동탄압, 반도체 백혈병 등 ‘삼성왕국’과 맞선 노회찬의 기록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을 우리의 과제를 살펴봅니다.
(2) 추모 심포지엄 <‘삼성 X파일’ 사건의 교훈과 개혁 과제>
이번 7주기 추모 심포지엄의 주제 역시 <‘삼성 X파일’ 사건의 교훈과 개혁 과제>입니다. 노회찬의 ‘떡값검사’ 실명 공개 이후 20년이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은 ‘삼성왕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체제의 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어디까지 왔는가? ‘법 앞에 만명이 아니라, 만인이 평등한 나라’를 위한 진정한 형사사법제도 개혁은 무엇인가?
“내려가지 않겠다. 일터를 돌려달라”
“김용균이 죽은 그 곳에서 김충현이 또 죽었다”
만인이 평등한 나라는 법정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소식지 민들레 70호>에서 ‘2025년 6월 3일이 ‘혐오와 차별 없는 나라’,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의 시작이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투명인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다시 만들어갈 민주주의'는 굴뚝신문 없는 나라이고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
대선 전날, 6년 전 김용균이 죽었던 바로 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김충현이 죽었습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김형수는 내려왔지만, 호텔노동자 고진수와 외국인투자기업 노동자 박정혜는 아직도 고공농성 중입니다. 대전에서, 서울에서 퀴어축제가 이어졌지만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사회적 합의’란 유령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우리는 ‘진짜 대한민국’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명인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진짜 국민주권정부’일 것입니다.
(3) <당신은 언제 퇴근하십니까> 출판 기념 북토크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신문이 공동으로 연재하고 있는 ‘6411의 목소리’를 묶은 두 번째 책이 나옵니다. 작년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 이어 출간하는 <당신은 언제 퇴근하십니까> 출판기념회가 열립니다. ‘이모도, 여사님도 아닌’ 호텔 룸메이드, ‘누구가의 밤을 치우며 살아가는’ 환경미화원, ‘사과하고, 또 일하는’ 아파트 경비원, ‘여권을 돌려달라’는 조선소 이주노동자, ‘하루 2만보의 돌봄’ 사회복지사, ‘나는 누가 돌봐주나요’ 묻는 방문점검원, ‘눈 감고도 살아야 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29년째 아이 이름를 부르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새가 되고 싶은 적 있나요’라고 묻는 팔레스타인 난민... 이들의 목소리가 더 많은 분들에게, 저기 저 용산 대통령실까지 가닿기를 바랍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의는 저 두 사람이 웃으면서 내려오는 것”이라던
노회찬과 함께, 투명인간들의 권리보장에 함께 해주십시오.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던
노회찬과 함께, 지금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해주십시오.
우리가 사랑했던 노회찬과 함께,
만명이 아니라, 만인이 평등한 나라를 향해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노동자 서민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입니다.”
- 2016년 2월 총선 출마 선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