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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소식

[민들레(72호)] 보이지 않는 삶을 밝히는 연대의 기록 (『우리들의 드라마』 작업 참여기)

재단활동 2025. 07. 31





보이지 않는 삶을 밝히는 연대의 기록
- 구술생애사집 『우리들의 드라마』 작업 참여기

심예리(사회복지사, 문헌정보학과 기록관리 전공 대학원생)


처음부터 한 권의 책이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6411번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처럼 ‘투명인간’ 곁에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과분한 결과물을 얻게 되었습니다. 구술생애사 강의가 하나의 팀이 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처럼 기록을 처음 시작한 이들과, 이미 다른 방식으로 기록해온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치유하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의 삶을 기록하며 때로는 마음 아팠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듣는 귀’를 가진 모든 이들이 함께 써 내려간 연대의 기록입니다. 『우리들의 드라마』라는 제목에는 우리가 함께 살아온 시간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허구가 아닌, 지금 여기의 평범한 이들의 실제 이야기이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이 기록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서로를 연결하는 작은 불씨가 되길 바랍니다. 더 나아가 6411번 버스 승객들처럼 ‘아무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추는 작은 촛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이번 작업은 기록자이자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묻게 한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일이며, 그 관계가 곧 연대의 씨앗이 됨을 배웠습니다. 구술자들의 삶에 제 자신을 비춰보며, 저 역시 ‘6411번 버스에 타는 한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도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하루를 버텨내는 동료입니다.

구술생애사는 한 사람의 과거를 묻는 것을 넘어, 그 사람과 우리 모두의 미래를 묻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연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조용히 손을 내밀며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저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말하지 못한 고통을 듣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글로 남기고 싶습니다.

노회찬재단은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함께’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힘들 때 재단을 만나 연대의 가치를 다시 깨닫고 안전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10년 동안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꿈을 조금씩 실현하며 대학원 진학까지 이어졌습니다. 부디 이 책이 잊힌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용한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지난 2023년 봄, ‘노회찬재단 실천하는 인문예술교실’ 첫 강좌로 시작된 <최현숙의 구술생애사 작업> 종강 이후, 수강생들은 후속모임을 이어가며 1년이 넘게 준비를 거듭했습니다. 그 결실이 바로 노회찬 7주기 헌정책으로 발간된 구술생애사집 <우리들의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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