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민들레(72호)] 노회찬의 길동무들과 함께, 만인이 평등한 나라를 꿈꾸며
노회찬 7주기 추모주간을 마무리하며
노회찬의 길동무들과 함께,
만인이 평등한 나라를 꿈꾸며
- 조동진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2박 3일 동안 노회찬 평전을 다 읽으며 진보정치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그렇게 살아갈 때만 이루어지는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_ 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
“대통령이나 위정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제발 가난하고 차별받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선심 쓰듯이 하지말고 올바른 정책으로 제 값을 하십시오. 그것이 제가 노회찬을 대신해서 지금의 정치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_ 김지선 전 노회찬재단 이사
“정의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님께서 우리에게 남긴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7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그 뜻을 새깁니다.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약자가 외롭지 않은 세상. 그 길을 향해 559일째 하늘 위에서 싸우며 의원님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_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
조금은 덜 울고, 조금은 더 웃었던 7주기 추모제
7월 19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에서 노회찬 7주기 추모제를 엄수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예상보다 많은 200여 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권영길·김혜경·심상정·조돈문 재단 고문, 노회찬의 오랜 벗들과 노동운동-진보정당을 함께한 동지들, 그리고 무엇보다 노회찬정치학교 졸업생들과 6411노래모임, 오카리나모임을 비롯한 후원회원, 시민들까지. 그와 생전에 인연은 없었지만 그를 찾아온 새로운 얼굴들을 보면서, 지난 7년의 세월만큼 ‘노회찬의 길동무’들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추모제는 예년에 비해 조금은 덜 울고, 조금은 더 웃었습니다. <노회찬의 말하기>를 강의하는 강상구 특임이사(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의 사회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때로는 유쾌했습니다. 윤석열 탄핵과 조기 대선 이후 추모제에서 본 대통령과 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추모 조화는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줬습니다.
먼저, 조승수 노회찬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가 2005년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을 폭로한 지 20년이 되는 해라며, “‘만명이 아닌 만인이 평등한 나라’, 그 새로운 세상을 위해 고군분투하셨던 노회찬 의원의 유지가 이 현실에서 얼마나 관철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추모제 이틀전 지난 17일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뇌물을 준(국정 농단)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가 확정됐는데 뇌물을 주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밀어붙인(불법 승계) 사건은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도로 삼성왕국이고, 여전히 삼성공화국입니다. 노회찬 의원의 아내인 김지선 전 이사는 인사말에서 “작년 겨울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절망에 떨었지만 깨어있는 국민 덕분에 쓰러져 가는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낼 수 있었다.”며, “진보진영이 참 힘든 시기를 맞고 있지만 노회찬이 그랬듯 힘든 시기에도 버텨냈던 힘은 우리에게 꿈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깨어있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노회찬의 ‘6411 정신’이 주류가 되는 정치
“추모는 함께 살아왔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기념하는 자리”라는 김혜경 고문의 말처럼, 노회찬과 함께 했던 정치인들의 추모사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유일한 진보후보였던 민주노동당(현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기울어 가던 민주노동당에 신입당원이 들어오고 있고, 모두는 아니지만 나뉘었던 진보정치가 하나로 뭉쳤는데 누구보다 노회찬 의원이 기다렸던 마음 아니겠냐”며 “우리가 힘들지만 만들어 내야 하는 약자를 위한 정치, 노동을 중심으로 한 정치를 온 힘을 다시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다짐을 밝혔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비판은 근본적으로, 대안은 구체적으로, 실천은 대중적으로”라는 노 의원의 정치철학을 언급하며, “만명의 노회찬이 아니라 만인의 노회찬을 만드는 것이 노회찬을 추모하는 진정한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가치는 단단하게, 실천은 유연하게, 마음은 따뜻하게”라는 노회찬 의원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인천에서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노회찬의집을 만드는 데 많이 후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각자가 속한 당은 달라도 노회찬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잇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살아평생 그가 이루고자 했던 진보정치의 꿈은 오늘에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 길을 찾고 있습니다. 김지선 전 이사의 말처럼 “가난하고 차별 받는 이들을 위해 선심 쓰듯이 하지말고 올바른 정책으로 제 값을 하는 정치”를 기대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어려운 이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세상을 바꾸려했던 노회찬의 ‘6411 정신’이 정치의 주류가 될 때, 비로소 ‘만명이 아니라 만인의 노회찬’이 될 것입니다.
“하늘 위에서 싸우며 의원님 뜻을 이어가고 있는” 제6회 노회찬상 특별상 수상자인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이 외롭지 않도록 연대하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는 이 극한의 날씨에도 그저 “인간답게 일하고 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부당한 해고에 맞서서 살기 위해,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가 있습니다. “고공농성을 이어가며 고용승계되어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그 외침을 의원님께서 들으셨다면 분명 그 누구보다 먼저 이 투쟁의 현장에 함께 서 계셨을 것”이라는 최현환 지회장의 믿음에 노회찬의 길동무들이 화답해주십시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와 《우리들의 드라마》
이번 추모주간에 여러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지만, 노회찬에게 헌정하는 두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그 첫 번째는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신문이 공동으로 기획, 연재하고 있는 ‘6411의 목소리’를 묶은 두 번째 책입니다. 우리사회의 투명인간들인 필자들은 작년에는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고 물었고, 올해는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라고 또 묻고 있습니다. 노회찬재단은 투명인간들과 함께 질문하고, 같이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두 번째 나온 책은 재단에서 진행한 <구술생애사 교실> 1기 후속 모임의 작업을 묶은 《우리들의 드라마》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패배한 자, 침묵을 강요당한 자, 평범한 사람들은 어디에 그들의 이야기를 남겨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지워진 목소리, 잊힌 이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삶을 다시 불러내고자 끈질기게 시도하는(출판사 책 소개 글에서) 일은 멈추지 않겠습니다.
작년 6주기 추모주간을 마치며, 김형탁 당시 사무총장은 “6주기를 지나면서 재단의 길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재단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6411의 목소리가 가지는 힘과 6411 투명 인간의 역량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계기를 만들고 서로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6411 정신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현재입니다. 미래는 이미 현재에 담아져 있습니다.”
1주기 노회찬을 그리다
2주기 <2020, 노회찬을 다시 만나다>
3주기 노회찬, 지금 여기
4주기 노회찬의 시선, 2022
5주기 같이 삽시다. 그리고 같이 잘 삽시다.
6주기 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국이 길을 만들 것입니다.
7주기 만명이 아니라 만인이 평등한 나라
노회찬 8주기 추모 슬로건은 무엇일까요?
‘만인이 평등한 나라’의 꿈에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노회찬의집’에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창신동 노회찬의집에서 더 많은 이들과 더 다양한 만남을 이어가겠습니다.
7주기 추모주간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